카테고리 보관물: 일상단상

TFAE (2025.5)

5월 12일은 배우 캐서린 햅번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오드리 햅번과는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East 47th street의 1st와 2nd avenues 사이에 있는 Dag Hammarskjold Plaza 라는 작은 광장인데 UN 본부 가까이 있어 그런지 다양한 집회가 있곤 합니다. 광장 옆을 따라서 캐서린 햅번의 이름이 붙은 정원이 있습니다. 

멀리서 독일 국기로 보고 가봤는데 `우간다 하우스’란 이름이 붙어있는 우간다의 주 유엔 대표부 건물입니다. 이 맞은편에 한국 대표부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Permanent Mission”이란 표현을 쓰네요. 

East 36th street의 3rd와 Lexington avenues 사이 뜬금없이 끼어있는 막다른 골목 Sniffen Court 입니다. 이런 곳에 종종 mews라는 표현이 붙는데 예전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말들을 두고 관리하던 마굿간들이 모여있던 곳을 의미합니다. 곳곳에 있는 말 관련 장식이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사유지인지라 들어가 볼 수는 없고, 철제 대문 너머 안쪽 사진은 위키피디아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차 시절이 저물면서 이러한 곳들은 예술가들에게 인기있는 거주지/작업실이 되었다고 합니다. 콜 포터와 펄 벅이 살았었고, 아 레니 크라비츠가 여기 살았었군요. 한때 그의 음악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서쪽으로 건너가 더 올라가봅니다. “Bankers’ row”라고 불리는, 5th와 6th avenues 사이 West 56th street의 건물들도 이채롭습니다. 은행가 홀린스의 집이었다는 여기는 지금은 아르헨티나 주뉴욕 총영사관입니다.  

그 하나 건너에 있는 여기도 외관이 범상치 않습니다. 

지금은 의류회사 사무실이 들어와 있습니다만 역시 은행가 셀리그만의 집이었다고합니다. 수학자 죠지 셀리그만 교수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셀리그만 교수님은 제이콥슨 교수님의 제자이셨고, (리대수 교재로 잘 알려진) 험프리스 교수님과 강석진 교수님을 지도하셨습니다. 강교수님이 마지막 제자인가 그럴겁니다. 내 박사학위논문 심사위원이시기도 했는데, 리포트를 손글씨로 몇장에 걸쳐 정성스럽게 적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독일어 시험도 셀리그만 교수님께 봤습니다. Invariant theory를 공부한다고 하니 에미 뇌터의 초기 논문을 독해 시험문제로 주셨습니다. 독일어는 어느 정도 배운 적이 있었던지라 큰 걱정 안했는데 100년전 독일어는 (적어도 내게는) 훈민정음 수준이었고, 오히려 장피에르 세르 책 독해로 본 불어 시험이 훨씬 더 수월했었습니다. 셀리그만 교수님 작년에 돌아가셨네요.

Columbus와 Center Park West avenues 사이의 West 67th street로 가봅니다. 며칠 전 뉴욕타임즈에 Peter Paul & Mary의 바로 그 피터, 피터 야로우의 집이 부동산 시장에 나왔다는 기사가 났는데 바로 여기입니다.

같은 날 우나바머 테드 카진스키의 동생에 대한 기사도 실렸군요. 테러리스트 카진스키는 버클리 대학 최연소 교수로 복소해석을 전공한 수학자였습니다.

West 72th street와 Central Park West avenue가 만나는 코너. 존 레넌이 살았던 유명한 아파트 the Dakota입니다. 정문 입구에서 암살을 당했습니다. 맨하튼 남쪽에 살다가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여기로 이사했었다니 아이러니군요. 레너드 번스타인이 살았었고, 요코 오노는 2년전까지도 계속 여기 살았었다고 합니다. 

초역세권이네요.

길 건너 센트럴파크 안쪽에 존 레넌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버스커와 관광객, 기념품 상인들로 항상 북적거립니다. 

한국에선 한동안 다른 오노가 유명했었습니다만, 수학계에선 타카시 오노, 켄 오노 부자 수학자가 유명합니다. 타카시 오노는 “오일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란 근사한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켄 오노는 최근 자서전적인 책을 냈군요.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갈등이 좀 심각했었나 봅니다. 

A Life Inspired by an Unexpected Genius_Quanta Magazine May 19, 2016

타카시 오노의 업적으로 대수군의 타마가와 수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타마가와 교수님은 학생때 몇번 뵌 적이 있습니다. 세미나에서 the following are equivalent를 TFAE로 줄여서 쓰는 것을 종종 보는데, 이게 타마가와 교수님이 처음 시작한 것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신빙성은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샌디아고 대학의 오드리 테라스 교수님이 타마가와 교수님의 제자입니다. 요즘 나와 같이 공부하는 윤마리 학생이 연구주제를 찾을 때 바로 이 테라스 교수님의 책 도움을 받은 바 있습니다.

Einstein house (2025.4)

프린스턴에 있는 아인슈타인의 집 Albert Einstein House입니다. 

1935년부터 아인슈타인이 20년간 살았습니다. 1989년부터 2001년까지는 프랭크 윌첵이 살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일화가 위키피디아에 있네요. 정작 이 집에는 별다른 표시가 없습니다만, 빨간 문이 멋진 옆집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옆집에 살았던 사람에 대한 기사도 흥미롭습니다.

Hingham man was Einstein’s next door neighbor

아인슈타인과 관련하여 수학자 버트람 코스탄트의 일화가 있습니다. 세미나 자리에서 들은 적 있는데, 코스탄트 교수님이 직접 쓴 글로 Mathematicians: An outer view of the inner world (Mariana Cook,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라는 책에 실렸습니다.

doi.org/10.1515/9781400832880.78

사실 이 책이 아는 사람들만 서로 아는 수학자들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당사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모아보자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하여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진지하고 재미가 없네요. 코스탄트 교수님의 일화도 구전으로 듣던 버전의 마지막 펀치 라인이 숨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공식적인 글이 되면 어쩔 수 없겠지요.  

MoMATH (2025.3)

MoMA도 좋지만, MoMATH를 갑니다 (MoMATH on Fifth, 225 5th avenue).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였습니다. 2026년에는 다시 확장 이전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곳은 6th avenue와 19th street 입니다. 

파이 데이 (2025.3)

올해 연구년으로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뉴욕 맨하탄 West 43rd street, 9th avenue와 10th avenue 사이에 있는 `Little Pie Company’라는 가게입니다. 가운데 의자 위에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주인공처럼 서있고, 그 옆에 (아마도 뉴턴의) 사과가 떨어져 있고, 바닥에 놓여있는 책들은 (아인슈타인이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알려진) 양자역학 관련 책들인지라 뭔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