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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OfContents)

더티 수학

클린과 더티

언제였던가 물리학자가 쓴 글에서, “‥‥‥요즘에는 더티 물리라는 것은 없어졌으니까‥‥‥” 라는 것을 읽은 기억이 있다. 누가 어디에 쓴 글인지도 문맥도 잊어버렸으니까 참 안된 인용이지만. 더티한 물리에 대하여 “클린한 물리(FootNote(이런 말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른다.))”라고 불리던 것은 말하자면 소립자론이다.

오랜 옛날, 과학을 좋아하는 소년들은, 모두 소립자의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湯川(Yugawa)秀樹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러한 동경심을 만든 것은, “궁극의 이론, 최고의 기초이론”이라는 이미지였음에 틀림없다. 가장 기초적인 것을 보고싶다, 궁극의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싶다, 라는 바램일 것이다. 이것이 클린한 물리의 전형이다.

그것에 대하여, 당시 더티(강조해 놓고 싶다, 이 글에서 “더티”는 나쁜 뜻은 아니다)라고 하는 이미지를 가진 물리는, 말하자면 물성이론일 것이다. 천박한 발상에서는 그것은 “기본방정식의 응용문제”이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는 것이 아니고, 2급 문제가 아주 많은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엘리트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라고 하는 분위기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지금에는 그런 것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그것은 그럴 것이다. 지금 유행의 중심은, 예를 들면, 초전도이고, 정보물리이고, 생물물리이다.

물리에 관해서는 잘 모르니까 무책임한 말을 써버렸지만, 수학 가운데도 클린과 더티, 또는 고귀한 귀족의 수학과 더티한 서민의 수학과 같은 애매 모호하다고 할 구별이 있다.

(FootNote)

귀족의 수학, 서민의 수학

귀족의 수학이라고 하면 뭐라고 해도 “수학의 여왕” 정수론이다. 그리고 더티한 수학이라고 하면‥‥‥, 필자가 오랜 동안 연구하고 있는 리만기하학은 어느 쪽이냐 하면 그쪽이다. 또는 수치해석이라든가 실해석학일까. 이것은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구별과는 다르다. 말하자면, 양자군의 연구는 수리물리에 단서를 두는 어엿한 응용수학이지만 틀림없이 귀족의 수학의 하나이다. 그에 대하여 리만기하학의(특히 대역 리만기하학의) 수학 밖의 응용은 지금에 있어서는 별로 없다.(FootNote(상대론에 리만기하가 사용된 것은 벌써 오래된 이야기이고, 대역리만기하는 1950년대가 그 성립기로 되어 있다.)) 즉 대역 리만기하학은 더티한 순수수학이라고도 할 것이다.

귀족과 서민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이런 예를 들어보자.

독자는 함수라고 하면 어떤 구체적 예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다항식, 삼각함수, 지수함수, 대수함수. 훌륭한 답이다. 조금 더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타원함수랑 감마함수, 베셀함수라든가, 또는 초기하함수라는 것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단순한 답은 이것들은 모두 해석함수라는 것이다. (해석함수란 수렴하는 테일러급수

\[ a_0 + a_1 x + a_2 x^2 + a_3 x^3 + … \]

로 만드는 함수)

그에 대하여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 $ C^∞$ 함수)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몇 번이라도 미분할 수 있는 함수이다. 해석함수는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이다. 그러면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로서 해석함수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대학 1, 2학년에서 미적분학을 배우면 나올지도 모르는 연습문제로, 물론 그런 함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함수에 이름은 붙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그리 중요한 함수가 아니기 때문이다.(FootNote(증명에 사용하기는 편리하지만)) 요컨대, 해석함수는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로, 재미있는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는 모두 해석함수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 같은 것은 왜 생각하는가, 해석함수만으로 충분하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佐藤(Sato)초함수를 발명한 佐藤幹夫씨는 그 한 사람으로, 그래서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에 기초한 슈바르츠초함수(distribution)는 그만두고, 해석함수에 기초한 佐藤초함수를 만들었다. 그러나 개개의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는 대단치 않아도, 무한번 미분가능한 함수 전체라고 하는 것은 대단하며 쓸모가 매우 많다. 예를 들면, 미분위상을 해석함수로 하려고 하면 부자유스러워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미분위상의 대상인 다양체의 재미있는 구체적인 예는 모두 해석함수로 쓸 수 있다.

(FootNote)

신이 준 ‥‥

이렇게 쓰면, 조금은 이해해 주었을까? 귀족이 상대하는 것은 훌륭하고 바른 방정식, 함수, 그리고 수뿐이다.

자연수 1, 2, 3, ‥‥ 만큼 수학의 세계에서 훌륭하고 바른 것은 없다. 정수는 신이 주었다, 다음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할 정도이다. $ \sqrt{2} $ 도 그리 부자연스런 수는 아니고, $ e $ 나 $ π $ 도 초월수로서는 그런 대로 자연스러운 편이다. 그렇다면 $ π^e $ 은 어떤가? 이것은 아니다. 왜 $ π $ 위에 $ e $ 를 올려놓지 않으면 안되었는가, 참으로 부자연스럽다. 더구나 이름도 없는 그 밖의 많은 실수등, 당치도 않은 것이다. $ π^e $ 가 초월수라는 것을 보이는 것 등을 초월수론이라고 하지만, 정수론 가운데서는 더티한 분야이다.

해석학은 어떠한가? 귀족적인 것은 대수해석이다. 최근 십 수년의 대수해석에 꼭 맞는 말은 대칭성이다. 즉, 방정식에 군이 작용하여, 그에 따라서 아름다운 모양이 되는 방정식을 찾자는 것이 연구의 중심을 이룬다. (양자군도 그런 방정식의 (숨어있는) 대칭성으로서 나타난다.) 즉,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름다운 방정식이야말로 다루어야할 방정식이다, 라는 신념이 있다. 그래서 그 해도 물론 해석함수이고, 가장 중요한 함수가 아니면 안 된다. 이 대수해석이 귀족으로 통하는 소립자론과 잘 맞아 들어가는 것은 놀랄 가치도 없다. 소립자론의 기초방정식이 발견되면, 물론 그것은 신이 준 가장 자연스러운 방정식, 가장 대칭성이 많은 방정식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은 꼭 제대로 풀릴 것이다. 그리고 해는 또 지극히 중요한 함수가 됨에 틀림없다.

“더티”한 해석학의 스타

역으로 “더티”한 해석학의 미분방정식의 스타는, 나비에-스토크스의 방정식(유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이다. 물론 이 방정식은 지극히 중요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 방정식을 대수해석에서 풀었다고 들어도 믿지 않는다.(FootNote(수학의 이야기니까 무엇이 있는가 모르지만)) 그리고 이 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새로운 중요한 함수가 발견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을 쓸 정도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대하여 알고 있을 리가 없지만, 현재의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연구는 필자에게는 대단히 촌스럽게 보인다.

수법은 기본적으로는 고전적이며 화려한 큰 도구가 사용될 리는 없다. (양자군의 연구에는 에딸-코호몰로지라든가 대수적 K이론이라든가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연구에 보통의 호몰로지 조차 나올 것 같지 않다.) 물론 그 연구가 쉬울 리는 정말로 없고, 아마(라는 것은 필자가 모르기 때문이지만) 잘 맞는 초인적 테크닉이 필요한 것이 틀림없다.

(FootNote)

귀족의 수학의 까닭 없는 우위?

오랫동안 수학의 세계에서는, 귀족의 수학만이 각광을 받아왔다. 필즈(Fields)상 수상자의 과거의 얼굴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필즈상에서는 해석(특히 귀족적이 아닌 해석)은, 항상 냉대를 받아왔다고들 한다. 해석학자로 필즈상을 받은 것은 작용소환의 전문가(작용소환은 해석학 가운데서는 뛰어나게 귀족적인 분야이다)를 제외하면, 지난 십 수년에는 페퍼만(Fefferman) 뿐이었다. 츄리히의 국제수학자회의(1994년)에서는, 여기에 약간 변화가 보였다. 필즈상 수상자 가운데 적어도 두 명(리온스와 브루겡)은 해석학, 그것도 별로 귀족적이 아닌 해석의 전문가이다.(요코즈는 기하와 해석의 중간쯤 될까)

이것은 “귀족의 수학”의 “구조불황” 때문인가, 아니면 “냉대 받고 있는” 분야의 사람들의 역습인 것인가, 또는 수학의 중심이 “물리가 그러하듯이” 더티한 분야로 옮겨져 있는 징조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우연인가? 만일 페르마(Fermat)의 마지막 정리의 와일즈(Wiles)의 증명에 결말이 나 있고, 무한차원 코호몰로지를 정의하는 대로 30대 전반에 죽은 플뢰어(Floer)가 건재해 있어서 타이히뮬러(Teichmuller) 공간의 코호몰로지 곱셈구조에 대한 위튼(Witten)의 예상을 풀고, 주목받는 미러(Mirror) 대칭성의 증명에도 가까이 가있다고 하는 콘체비치(Konchevich)에게 앞으로 2, 3년의 시간이 있어서, 그리고 증명한 것을 논문으로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귀족의 수학의 이유 없는 우위”를 위해, 언제나와 같이 되어있는 것일까?

그런 가십은 어떠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