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논술의 해설에 대한 질문 1

f(2x)=8f(x)를 만족하는 함수 f(x)가 f(x)=kx^3 형태 이외의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고려대에서 발표한 2007년 고려대학교 논술 모의고사 해설자료의 교수님들의 채점 후기에 따르면 위 형태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함수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f(x)=kx^3 형태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의 맥락상 이 함수는 연속적이고 미분가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고교 과정내에서 f(2x)=8f(x)을 표현할 수 있는 함수가 다양하게 존재하는지요? 아니면 고교과정밖에서라도 존재하는지요? 바쁘시겠지만 조언 부탁드립니다. (Date(2007-01-26T09:22:44))


이 질문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대문 밑의 글쓰기에 대한 권고사항을 읽고 쓰기 바랍니다.

질문을 보고 고려대학교 2007년도를 비롯한 모든 발표자료를 고려대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읽어보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없군요. 이것이 논술모의고사라면 위에 말한 문제와 해설 자료를 좀 올려주면 어떨까요? – [김영욱] (DateTime(2007-01-27T01:35:37))


저는 수리논술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 이재철 이라고 합니다. 학생들 질문을 받고 고민을 하다가 여기 까지 오게 됐습니다. 모의고사 해설 자료는 입학처 홈페이지에는 없고 작년 모의고사를 응시한 학생들에게 책자 형태로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채점 후기라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제가 살펴본 바로는 kx^3 형태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료는 전체 파일로 올려드리겠습니다.(파일 올리기가 제대로 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문계 자연계 논제 2번에 관한 채점 후기를 찾아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바쁘시겠지만 검토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재철 (Date(2007-01-27T09:18:37))

QnA/KU2007PreNonsul_0626.hwp


어떤 맥락인지 알겠군요.

우선 이 부분때문에 고민을 한다면 아마도 이 모의고사 문제의 중심에서 벗어난 고민이라고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조금 살펴보면 주어진 지문의 조건인 농도가 2배 되면 피해가 8배가 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엄밀한 말은 아닐 것이며, 보통 자연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범위 안에서만 성립하는 조건일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이 함수를 연속함수라고 가정해 볼 경우에 이러한 범위 안에서는 삼차항만을 갖는 다항식으로 표현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이것을 요구한 것이라면 이 함수가 왜 이런꼴이 되어야하는지 논술의 내용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여야 하며, 아마도 고교 수준을 넘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논술을 채점할 때는 고교 수준의 범위 안의 사실과 논리를 사용한 부분만으로 채점되며 이 밖의 사실을 사용했을 경우(예를 들어 대학 수준의 이론을 적용했을 경우) 감점이 될 지는 몰라도 더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연속함수가 아니어도 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함수는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x $ 가 유리수면 $ f(x)=x^3 $ 이고 $ x $ 가 무리수이면 $ f(x)= 2x^3 $ 이라고 하면 됩니다. 꼭 이런 식이 아니고 무리수 $ x $ 가 $ \sqrt{3} $ 의 배수일 때는 이렇고 그 밖의 무리수에서는 저렇다 라는 식으로 더 바꿀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올려주신 자료집의 설명은 이러한 복잡한 문제가 생기니까 무조건 가정하고 삼차다항식이라고 쓰면 감점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논술을 채점할 때는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혹시 맞는 말을 썼어도 채점자도 이것이 옳은지 당장 알 수 없으니까) “아 그래? 왜 그럴까?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여기서 설명이 없으면 논리의 비약이 있다고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채점자가 이 경우를 잘 알아서 학생이 쓴 문장의 내용이 옳다는 것을 바로 알았더라도, “고등학교 학생이 이것을 어떻게 알고 아무 설명 없이 그렇다고 주장하는거지?”라고 자문하게 되며, 저라면 역시 감점을 할 것입니다. 이는 마치 풀이를 쓰는 문제에서 비약이 있으면 비록 계산이 맞았거나 답이 맞았어도 감점되거나 0점처리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습니다.

위의 문제와는 무관한 부분이지만 논술을 지도하시니까 한 가지 첨언하면,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혹시 위와 같은 것을 요구하는 논술 문제가 있었다 하여도 “연속인 함수로 또는 미분가능한 함수로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삼차식 밖에 없다는 식의 내용”은 고교 학생들에게 잘 요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뒤쪽의 유리수에서는 이렇고 무리수에서는 저렇다 하는 식의 함수를 생각하는 것은 요구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의 차이는 앞 부분은 증명이 필요하며 이를 논증하지 않고 쓰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있으나, 뒷부분은 단순히 생각해 보아 찾아낼 수 있는 예이며 이 예를 생각하거나 이해하는 데에 중학교 정도의 수학 외에 특별히 다른 사용하는 이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고교 수학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예이므로 고교과정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보입니다. 고교과정의 범위란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다른 이론을 배우거나 만들지 않고 생각해 낼 수 있는 범위이면 될 것입니다.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쉬운) 것만이 고교수학의 범위는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논술의 답안을 작성함에 있어서 지도하시는 선생님이 100% 완벽한 답안을 제시하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논술의 문제는 대체적으로 방향은 있지만 생각할 수 있는 답안은 매우 많으며 꼭 맞는 답안은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교수가 써도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고 전공에 따라서 다른 관점의 답이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등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많이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만 요구에 충실한 답을 쓰려고 노력할 뿐 어느것이 옳고 어느것은 틀린다는 식의 설명은 학생들에게 혼란만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문제만 해도 채점하시는 선생님들이 위의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도 채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도 잘 모르는 것을 써 놓으면 혹시 옳은 사실이더라도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 확실하고 감점대상임도 확실하므로 내용이 옳은가 틀린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고교 수준의 논리에서 오류가 있으면 안되지만 그 밖의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김영욱] (DateTime(2007-01-27T11:23:37))


교수님의 고견 정말 감사 드립니다.

불연속 함수의 경우에는 가능한 함수가 있을 것으로 저도 생각했지만 문제의 맥락상 연속함수로 보아야 할 것 같아서 다른 함수가 있을 수 있는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많은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 이재철 (Date(2007-01-27T12: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