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tug.or.kr/xe/?mid=KTUG_open_board&document_srl=10005 메타님의 글]을 읽고 나의 생각도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아서 여기 적어둔다.
나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워드보다 TeX을 먼저 사용한 경우이다.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쓸만한 편집도구로 TeX이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아마도 TeX을 먼저 사용했을 것이다. 처음에 사용한 사람들은 당연히 수학자들이었고 금방 물리학에도 퍼졌다. 조금 시간이 걸려서 화학에도 전파되었고 공학 전반으로 퍼졌다고 생각된다.
이것이 왜 퍼졌을까를 생각해 보면, 우선 쓸만한 output을 주면서 end user가 다룰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인 것 같다. 메타님은 출판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저자가 TeX을 사용한다고 하셨지만 내가 처음 이것을 사용할 때는 논문을 TeX으로 제출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도 저널들은 심사후 게재가 승인되면 게재 순서를 정하여 곧바로 웹페이지에 올린다. 그리고 조판에 들어가는데 조판에 시간이 걸리는 논문이 있으면 그 저널의 그호 전체가 늦어지지 이 논문만 빼고 출판하던가 해서 그 논문 출판이 지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저자 입장에서는 워드 대신 TeX을 사용해도 출판을 앞당길 수는 없다. 내 경우에는 TeX의 미려한 output 때문에 TeX을 계속 사용하였다. 특히 메타님 말씀처럼 미려한 출판물은 손으로 조판하던 시절에도 있었다는 것은 맞지만, 내 손으로 이것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TeX이 처음이다.
실제로 TeX이 나오고 몇 년 사이에 이에 가까운 output을 내는 워드프로세서(이제부터는 간단히 워드라고 부른다)들이 여럿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우리 프로그램인 보석글 같은 것은 output은 별로지만 사용법이 직관적이어서(typewriter와 똑같아서) 잘 사용했었다. 분명히 TeX이 있었음에도 보석글을 썼었고 T3라는 프로그램도 조금 써 보았다. 당시에는 마소워드는 없었고, Chi Writer라는 것도 있었다고 기억된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WordPerfect였나 하는 것이 나왔다. 이것은 워드지만 명령을 끼워 넣는 아이디어로 되어 있었던것 같고 따라서 TeX의 방식을 조금 가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TeX만큼의 output을 주지도 않고 명령도 사용하고 해서 별로 다가오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아한글과 마소워드가 나왔다. 이제부터는 TeX과 경쟁이 시작되었고 나는 아래아한글 쪽을 사용하여 보았다. (마소워드와 유사하여 이 가운데 한글에 더 잘 맞는 아래아한글을 썼다.) 메타님의 말씀처럼 분명히 TeX보다 좋은 점이 있어서 이것을 많이 사용했다. 간단한 document를 만드는데는 WYSIWYG가 훨씬 편리하다. 분명히 몇 년 잘 사용했다.(몇 개의 버젼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했다.) 물론 TeX과 병행하였다. 그런데 아래아한글의 버젼이 바뀌면서 만들어 놓은 문서의 수식이 깨지거나 완전히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겼다. 조금 기다려 보았지만 단기간에는 개선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이 때부터 나는 이미 만들어 놓은 모든 문서를 TeX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TeX 파일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는 [http://geometry.tistory.com/46 블로그에 써 놓은 글]이 있다. 분명히 영구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가장 장점이다. (이에 대하여는 여러 번 여기 저기서 언급했다.)
최근에 수학계는 모든 사람들이 논문을 TeX으로 작성한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아직도 그 어느 워드도 TeX만큼 좋은 output을 내지 못한다. 특히 수식에서는… 그리고 자신의 논문 또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놓게 되는데 이 때 워드를 쓰면 다른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이 없어서 보지 못할 수가 있다. 외국에서는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사용하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이것은 제약이 된다. 따라서 워드를 써도 이것을 pdf로 고쳐 올려 놓아야 한다. 그런데 pdf로 고치면 기호나 글꼴이나 깨지는 경우가 생긴다.(아직도…) 보기도 TeX만 못하다. 그래서 워드를 쓰지 않는다. TeX을 사용하는 것이 워드보다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특히 수식을 입력하는 면에서는 TeX과 아래아한글은 비슷하다고 하겠고 마소워드는 많이 떨어진다. 수식의 출력면에서는 단연 TeX이다. 그러니 TeX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10~20년이 지난 후에도 TeX이 꼭 강세이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워드의 발전이 빨랐고 많은 부분에서 TeX을 따라왔다. 버젼에 따른 차이만 극복된다면 나는 아래아한글로 돌아갈 용의도 있다. 아래아한글이 잘하는 부분이 또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TeX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씀들은 내가 수학을 주장하는 것과 유사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수학은 안 사용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수학이 어느 면에서 도움이 되는가를 주로 이야기하게 된다. 그 반대쪽은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TeX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워드에 너무 익숙하고 그 장점을 잘 안다. 따라서 TeX이 비교 우위인 부분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단순히 소설을 쓴다면 워드 종류를 쓰는데 아무 문제가 없고 워드에 익숙학 사람들은 TeX을 쓸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그러나 scientific 자료를 만드는 사람, 여러 사람이 같이 작업하는 경우, 그리고 내용의 가감을 많이 테스트해 보는 경우 같을 때는 TeX이 훨씬 편리하다. 나의 경우는 몇이서 논문을 같이 쓴다. 이 때 여러 사람이 논문을 수정하고 할 때는 TeX이어서 가능하다. 워드 종류에서는 한 번 고치면 예전 것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변형된 모든 버젼을 따로 따로 파일로 저장해야 한다. TeX은 한 파일에서 가감한 모든 내역을 남겨두고 작업할 수 있다. 언젠가는 워드도 이런 기능을 갖추겠지만 그 때까지는 TeX을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워드가 TeX이 하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면 그리고 그 입력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으면 나도 당연히 워드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