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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강진에서 무려 18년 동안이나 유배돼 있었다. 형 정약전처럼 시골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하루는 열다섯 살짜리 소년이 의기소침하여 말했다.
“선생님, 저는
- 둔하고
- 꽉 막혔고
- 미련합니다.
이런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정약용이 말했다.
“너는 공부하는 자가 갖기 쉬운 병통이 하나도 없구나.
- 기억력이 뛰어나면 소홀하기 쉽고,
- 글짓기 재주가 많으면 들뜨기 쉽고,
- 깨우침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비록 미욱하더라도 부지런히 애쓴 사람은 빛이 난다.”
소년은 이 말을 늘 기억했다. 손에 쟁기를 쥘 때도 결코 잊지 않았다. 그가 바로 뒷날 추사 김정희에게 “지금 세상에 없는 작품”이라 찬사받은 시의 작가 황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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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2007년 5월 호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