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를 닫으며

고려대학교에 부임할 때부터 지금까지 보아왔던 엘리 서버를 닫기로 하였다. 지난 이십 여 년 동안 수학과에서 사용하고 있던 많은 서버(이름)들이 사라졌다. 재기, 세미, 포앵카레, 카르탕, … 재기는 우리말로 재다, 세미는 우리말로 세다에 대한 명사형으로 사용한 것이다. 엘리는 math.korea.ac.kr 말고 남아 있는 마지막 이름인데 이제 그걸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엘리를 없애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온라인 수학 자료들을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가, 어떻게 보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책은 어떻게든 가지고 있으면 되는데 온라인 자료는 보존이 쉽지 않다. 엘리에 있는 자료 중 모니위키를 이용하여 여러 해에 걸쳐 축적된 자료가 있는데 그 모니위키의 개발이 중단되면서 지금은 보안상 이유로 기존에 깔려 있는 모니위키조차 닫아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그 자료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지보수가 될 다른 위키로 옮길 수 있나 고민을 해 보는데 어떻게 될지…

수학사랑이라고 하는 단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있었는데 거기에 수많은 중고교 선생님들이 질문하고 답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은 없다.) 그런데 그 웹사이트가 사라지면서 그 내용도 덩달아 사라진 듯 하다. 이제 와 그 내용을 보고 싶은데 어디 있는지, 여전히 존재하고는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나는 그 자료가 참 아깝다. 아니 내용을 잘 알지 못하니 정말로 아까운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깝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로 수학을 논하는 자료가 많지 않은데 그나마 있는 자료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다니.

엘리를 없애면서 그 내용을 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수학에 관한 자료를 축적하는 것도, 축적된 자료를 잘 보존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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