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2

몇 달 전 지도학생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 두 명이 내 홈페이지의 글 “젓가락질”을 보면서 갑론을박하더란 이야기인데, 한 학생은 ”음식을 잘 집기만 하면 되지 꼭 어떤 방법을 따라서 해야 하나”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고 다른 학생은 “그래도 잘 알려진 방법을 따라서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을 펴고 있더라는 것이다.

웃음이 났다.  내 글을 가지고 그렇게 따지기도 하는구나.

다시 젓가락질에 대하여 쓸 거리는 없지만 이번에는 학생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하고 싶어 또 글을 써 본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는 것은 필요하다. 운동을 잘 하고자 하는 이는 금방 알 수 있다, 연습할 때 자기 편한 대로 아무렇게나 하는 것보다 일정한 틀을 따라서 반복 연습하는 것이 운동을 더 잘 하게 되는 길이라는 것을. 운동만이 아니라 생각에 있어서도 그렇다. 특히 수학을 공부함에 있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품으로써 사고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수학 공부 자세다.

그런데 평소에는 편한 대로만 하다가 어떤 일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해당 유형을 익히려고 하면 잘 안 된다. 평소에 어떤 일에서든 거기서 유형을 익히려고 하던 자세가 새로운 일을 맞닥뜨리게 되어서도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린 아이에게 한 유형의 젓가락질을 익히게 하는 것은 반복 학습을 통해 한 가지 자세를 갖추게 하는 매우 좋은 훈련이다.

아, 물론 예외는 있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소질이 있어 노력하는 사람보다 더 잘하기도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세상 일은 수학 같지 않아 대부분의 경우 예외가 있어 누가 “이런 경우도 있소” 하면 나는 “그렇네요” 하면서 내 말을 거둬 들인다. 그래도 내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일에서든 유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평소 젓가락질과 같은 하찮은 일에서도 나름의 유형을 찾고 따르고자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상이 젓가락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학생들 옆에 내가 있었다면 해 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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